발주서에 금액과 납기만 적는다고 계약이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T/T 선급 비율, L/C 조건, 납기 마일스톤과의 연동, 환율 변동 처리 방식까지 결제 구조를 명확히 설계해야 합니다. 결제 조건은 돈을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급사와의 책임 경계를 설정하는 일입니다.
1. T/T 선급 비율이 협상력이다
전신환(T/T) 결제에서 선급 비율은 단순한 관행이 아닙니다. 선급 30%는 공급사에게 생산 착수의 확신을 주는 동시에, 구매자에게는 후속 대금 지급 전에 품질·납기를 확인할 여지를 남깁니다. 선급 비율이 높아질수록 공급사 리스크는 줄지만 구매자 노출은 커집니다. 신뢰가 쌓이지 않은 신규 공급사라면 선급을 최소화하고 잔금 지급을 출하 확인 또는 서류 수령 후로 묶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2. L/C는 방어막이지 만능이 아니다
신용장(L/C)은 은행이 서류 조건 충족 시 대금을 보증하는 구조입니다. 공급사의 재정 불안이나 이행 리스크가 높을 때 유용하지만, L/C 자체가 화물 품질이나 납기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L/C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하면 서류 불일치로 네고가 지연되고, 공급사 입장에서는 L/C 개설 비용이 단가에 반영됩니다. 어떤 결제 수단을 선택하든 서류 조건과 품질 검수 기준을 함께 명시해야 실효가 있습니다.
3. 결제 일정과 납기 마일스톤을 연결하라
중간금이나 잔금 지급 시점을 단순히 "출고 후 X일"로 정하면 분쟁이 생겼을 때 협상력이 없습니다. 생산 완료 검사 통과, 출하 서류 수령, 항구 선적 완료 같은 납기 마일스톤과 결제를 연동하면 각 단계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때 대금 지급을 보류할 근거가 생깁니다. 계약서에 마일스톤별 결제 비율을 명시하는 것이 납기 관리의 실질적 수단입니다.
4. 환율 변동은 비용이 아닌 리스크로 다뤄야 한다
USD나 CNY로 발주하고 KRW로 실적을 보고하는 구조에서 환율 변동은 예산 오차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리스크입니다. 발주 시점의 환율로 내부 예산을 확정하되, 실제 지급일까지의 변동 범위를 시나리오로 잡아두면 갑작스러운 환차손을 피할 수 있습니다. 대금 규모가 클수록 지급 타이밍을 의도적으로 조율하거나 금융기관의 환헤지 수단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단, 어떤 수단이 적합한지는 상황마다 달라지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확인하세요.
5.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결제 관련 조항
결제 통화와 환율 기준일, 지연 배송 시 잔금 보류 조건, 불합격 화물에 대한 대금 환급 또는 재작업 비용 처리 방식을 계약서에 명시하세요. 구두 합의나 이메일 내용에만 의존하면 분쟁 시 근거가 약해집니다. 특히 선급이 30% 이상이라면 보증 조항이나 이행 보증서(Performance Bond) 요구 여부도 검토 대상입니다.
T/T vs L/C 한눈에 비교
| 구분 | T/T (전신환) | L/C (신용장) |
|---|---|---|
| 대금 보증 | 없음 — 당사자 신뢰 기반 | 은행이 서류조건 충족 시 보증 |
| 비용 | 송금 수수료 위주로 낮음 | 개설·네고 비용 발생(단가 반영) |
| 적합 상황 | 신뢰 쌓인 거래·소액 | 신규·고액·이행 리스크 큰 거래 |
| 핵심 리스크 | 선급 비율 설계가 관건 | 서류 불일치 시 네고 지연 |
결제 조건은 돈을 보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공급사와의 책임 경계를 설정하고, 납기와 품질을 지키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결제 구조를 잘못 설계하면 품질 문제나 납기 지연이 생겼을 때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없어집니다. 블랭크선데이는 발주 계약 단계부터 결제 조건, 납기 연동, 환리스크 구조를 함께 검토해 조달 전 과정의 리스크를 줄입니다.